한 1년쯤 전부터 나에게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월마트를 갈때도.. 쇼핑몰의 상점을 방문할때에도..
도난방지장치가 되어 있는 문을 지날때면 가슴이 조여진다.
소리가 날까? 안 날까?
한 1년쯤을 지나다 보니 이젠 아예 둔감해졌다.
영지 엄마는 아직도 창피한지 같이 갈때면 한참 있다가 오라고 한다.
쇼핑몰에 갈때면 밖에서 기다리라고도 한다.
본인이 도둑 취급을 받기는 싫은가 보다.
이제 소리의 근원에 대하여 짚어본다.
소리는 내가 핸드폰과 스마트 키가 있는 자동차를 구입한 시점부터 나기 시작했다.
그 둘은 거의 동시에 구입되었기 때문에..
나는 그때부터 확신을 했다.
소리는 분명 이 두 물건중 하나에서 날꺼야..
그리고는 그 둘중 어디에서 소리가 날까 밝혀내기 위해
하루는 차에 스마트 키와 영지 엄마를 남겨 둔채
혼자 월마트를 들어가 보았다. 소리가 났다. 그래 이것이야. 블랙베리..
확신에 찼지만 잊어 버리고 몇번을 소리가 나는 애처로운 상황을 다시 겪고 난후
하루는 옛날의 경험을 떠올리며 블랙베리를 차에 두고 월마트를 갔다.
소리가 났다. 아니.. 이게 그럼 스마트 키인가?
때론 소리가 났다가 때론 나지 않았다가 반복된 상황을 겪으면서도
원인규명의 의지는 다른 일들에 뭍혀 버리고
언제부터인가 습관적으로 월마트를 갈때면 할아버지/할머니에게 스마트 키를 보여주었다.
처음에 할머니/할아버지는 내게 그것을 들고 다시 왔다 갔다 해 보라고 시키시더니
이젠 내 얼굴도 기억을 하나 보다. 그냥 가란다.
난 생각했다. 어차피 스마트 키 아니면 블랙베리겠지.
너무 스마트 해도 탈이야~~~~~
지난 주일 우리 가정이 간식 당번이었다.
인근의 월마트에서 과일과 음료수를 샀다.
역시 들어갈때 소리가 났지만 그냥 빠른 걸음으로 통과.
나올때 또 소리가 났다. 그냥 나올려고 하는데 아주머니가 나를 멈춰 세웠다.
예배 시간은 다가오는데 약간 (솔직히 엄청~) 짜증이 밀려 왔다.
스마트 키를 보여 주었다.
그런데 그 아주머니가 고개를 저었다.
이거 뭐야? 아주 조사를 하겠다는 것이야? 시간도 없는데..
그런데 아주머니는 조사는 하지 않고 내가 소지한 그것을 자기에게 줘 보라고 했다.
줘 보았다. 소리가 났다..
아니.. 이럴수가...
순간 짜증은 사라지고 고마움이 밀려왔다. 채증이 뚫리는 느낌이랄까~
1년이나 된 나의 문제를 그 분이 풀어준 것이다.
그로부터 다른 많은 생각들이 들었다.
나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전혀 문제가 아니라고 여겼던 그 곳에서 소리가 나다니..
나의 시간을 뺏는다고 나를 돕고자 하는 사람에게 언잖은 모습을 보이다니..
등등...
많은 깨달음을 주는 기회였다.
내가 살아가면서 착각과 오해속에서 상대방에 대한 그릇된 확신을 한 적이 얼마나 많았나?
앞으로 더 얼마나 많을까?
판단의 순간들에 객관적 기준과 분별력을 가지고 얼마나 올바르게 판단을 할 수 있을까?
상대방의 문제를 섬세하게 다루는 그 아주머니의 모습도 본받아야겠고..
이 짧은 경험은 나의 삶 전반을 또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내가 외출할때면 언제나 나와 함께 했던 지갑 깊숙히 거머리처럼 찰싹 달라붙은 그 금속을 집에
오자 마자 제거를 했다. 기억을 더듬으니 그 지갑도 다른 두 물건과 비슷한 시기에 산 것같다.
다음에 월마트 갈때 소리가 나지 않을거라는 지금 나의 확신도 착각이 아니기를 바라면서..
내 속에서 떼어 져야 할 거머리가 있다면 지금 깨닫게 해 주시고 깨달았다면 "나중에"라고 중얼거리지 말고 바로 지금 떼내어 버릴 수 있는 용기를 주세요 라고 기도하면서 ...
샬롬.
정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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