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에 대하여-
몇 달 전, CBS TV에서 강연이 잡혀 있어서 내 순서를 기다리며 대기실에 앉아 있었는데, 한 여성이 어머니와 함께 대기실로 들어와 내 옆에 앉았다. 순간적으로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곤, 깜짝 놀랐다.
이지선 작가였다.
그녀는 13년 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전신 55%의 3도 중화상을 입고 죽음의 문턱에서 40번이 넘는 대수술과 재활 치료를 거쳐 현재 UCLA 대학원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사고가 난 후, 의사가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손가락 끝이 너무 상해서 살릴 수 없습니다. 양손 절단 동의서를 작성해 주세요."
보통 여자라면 손가락을 잘라야 한다는 의사의 말에 삶을 포기하려는 마음이 들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는 오른손만 절단하는 줄 알았는데 왼손도 절단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절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엄마에게 '더 많이 자르지 않아서 감사하지?'라고 말했다. 13년이 지난 지금도 그녀는 그 마음으로 살고 있다.
이런 그녀를 보며 많은 사람은, 현실에 만족하며 살아야 하고,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반성하는데, 본질은 그게 아니다. 찾아 보면 그녀보다 더 억울한 사람도, 그녀보다 더 비참한 모습을 하고 있는 사람도 많다. 그녀가 특별한 것은, 그런 안 좋은 환경에서도 희망을 노래하고 있는 모습 때문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사고를 당한 후에도 사실 보통 사람이 보기에 끔찍한 모습이었지만,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좋아하는 음식을 먹기 위해 식당에 찾아가고, 공부하던 것을 포기하지 않고 유학까지 가서 학업에 매진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한 이유는 그녀가 자신을 뜨겁게 사랑하기 때문이다. 대기실에서 아주 잠깐 그녀와 마주했지만 나는 그 사랑을 강렬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13년 전, '나는 사고를 당한 게 아니라, 사고를 만났다.'라고 말했다.
이 또한 자신에 대한 사랑이 극적으로 올라온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생각해 보라. 연인과 사랑에 빠졌을 때, 우리는 '사랑을 만났다'고 표현하지 '사랑을 당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녀는 최고의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아주 특별한 특징이 있다. 바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제대로 모르는 사람은 자신을 사랑할 수 없다.
연인 사이를 보자.
사랑에 빠지면 가장 먼저 어떤 걸 생각하는가? 상대가 뭘 좋아하는지 발견하고 그게 영화관람이든 음식이든 함께 하려고 하고 선물하려고 한다. 상대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는 사람은 진짜 사랑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사랑이란 상대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단 연인 관계에서만 적용되는 문제는 아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나를 깊이 사랑하게 되면, 내가 어떤 자리에서 어떤 일을 할 때, 뭘 보고 뭘 먹을 때 행복한지 알게 된다.
처참한 사고로 손가락이 잘라져 나가고,
얼굴이 심하게 뭉그러져도 그녀가 사고이전처럼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이유는 그녀 자신을 사랑하는 그 마음은 변함없기 때문이다.
세상이 당신의 사람과 돈 그리고 명예는 빼앗아 갈 수 있어도 그대 자신을 사랑하는 그 마음만은 빼앗아갈 수 없다.
스스로 자신이 평범해 보인다면, 자신에게 더 많은 사랑을 줘라.
처음부터 특별한 사람은 없다.
평범한 사람이 특별한 사랑을 통해 특별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
매일 끊임없이 자신에게 아주 뜨거운 사랑을 전하라.
2013년 9월 김종원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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