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주를 위하여 죽나니
1. 얼마전 홍성사에서 [내 이름은 아직도 이새별] 이란 제목의 책 한권을 보내왔습니다.
2. 저자인 이홍규(李洪奎) 씨가 뉴질랜드로 이민을 갔다가 스물 두 살에 둘째 딸을 잃고 겪었던 극심한 내적인 방황과 그로 인하여 하나님의 나라의 영광에 눈이 뜨인 과정을 글로 옮긴 책이었습니다.
3. 공부도 잘했고, 재기 넘치고 외모도 수려했고, 뉴질랜드 최연소 청소년 국회의원으로 선발되기도 했을 정도로 모든 면에서 탁월했던 새별이가 간암으로 3개월 만에 죽어가는 모습을 본 저자에게 하나님과의 기도의 문이 막혀 버립니다.
4.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이 어떤 것인지 영 판단이 서질 않았습니다. 기도를 해야겠는데 기도가 나오지를 않았습니다. 할 말이 너무 많으니 오히려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분께 무슨 말이든 내뱉어 대화를 다시 터야 하는데, 어떤 언어로 말이 오고 갔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습니다. 그 분이 먼저 말을 걸어오시면 어떻게든 대꾸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제 일에는 일말의 관심도 없으셨습니다. 그 분이 대체 저와 무슨 상관이 있는 존재인지 느껴지지가 않았습니다.”
5. 이렇게 절망하던 이홍규씨에게 빛이 비취기 사작합니다.
우연히 스티브 세인트 (Steve Saint)라는 분의 간증을 듣게 된 것입니다.
스티브 세인트는 영화 ‘창끝(End of the Spear)’ 의 원작자입니다. 스티브의 아버지 네이트 세인트(Nate Saint) 선교사는 자기의 삶을 던져 주님의 복음과 사량을 전하기 원했던 아마존 원주민들에게 오히려 무참히 살해당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이것으로 끝내지 않으시고 뿌려진 순교의 피 위에 부족 전체가 주님을 영접하게 되는 기적의 은혜를 베푸신다는 감동적인 실화가 그 줄거리입니다.
6. 많이 알려진 ‘창끝’ 이야기 뒤에 스티브 개인의 눈물 젖은 간증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그 간증이 깊은 나락으로 굴러 떨어져 있던 이홍규씨에게 손을 내밀며 다가 온 것입니다.
스티브에게는 20 대인 외동딸이 있었습니다. 그 딸이 오랜만에 선교여행을 마치고 돌아 와서 친구들을 불러 파티를 열어 주었는데, 파티 도중에 딸이 “머리가 너무 아파, 머리가 깨질 것 같아요” 하며 아빠에게 기도를 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딸의 머리에 손을 얹은 아빠의 기도가 채 끝나기도 전에 외동딸은 뇌출혈로 허망하게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선교의 현장에서 창끝에 잃었는데 하나 밖에 없는 딸마저 하나님은 스티브 곁에서 그렇게 불러가셨습니다. 그것도 선교지에서 막 돌아온 귀한 노고를 축하하는 자리에서 말입니다.
6. 이 부분에서 스티브는 극한 슬픔의 감정을 애써 참으며 말해 주는데, 이홍규씨는 터져 나오는 통곡을 어쩌질 못하고 울었습니다.
이 와중에 참으로 신기하게도 이홍규씨의 가슴에 맺힌 응어리가 눈물에 녹아내리고 있었습니다. 스티브의 떨리는 목소리에 묻어 있는 그 애잔함이 다른 사람들의 백마디로 위로가 안되던 애통함이 슬며시 한풀 꺾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7. 그래서 깨달았다고 했습니다.
“나도 그런 일을 겪어 보아 그 상심을 안다”는 한 마디가, 사망의 골짜기를 지나야 하는 다른 이들에게 청심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상처 입은 사람들의 어깨가 다음에 같은 일을 겪어야하는 사람들이 얼굴을 파묻고 흐느껴 울 수 있는 위안의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8. 그러면서 또 느꼈다고 했습니다.
하나님도 슬퍼서 흐느끼실 땐 한참을 추슬러야 겨우 입을 떼실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울고 또 울다 이제는 쏟아내야 할 눈물이 조금은 잦아질 때까지 그분도 그냥 지켜보셔야만 할 때가 있다는 것을.
9. 그리고 비로서 막혔던 기도의 문이 열렸습니다.
딸이 지녔던 장하고 담대한 믿음을 내게도 허락해 달라는 기도로, 잃어 버렸던 주님과의 대화가 다시 시작된 것입니다. 주님과의 관계의 회복이 일어난 것입니다.
모든 슬픔 견뎌내고 꺾인 다리 곧추 세울 힘을 내게도 나눠준 스티브처럼, 이 세상 남은 삶을 그렇게 살아야겠다는 도전이 감사해 목이 메이게 되었답니다.
10. 이홍규씨는 딸이 세상 떠나기 얼마전 일기를 소개했습니다.
“간에 암 덩어리가 들어 있다! 이게 말이 되나요? 도대체 하나도 말이 안되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 처하니 너무도 선명해지는 사실이 있습니다. 영원의 의미가 무엇인지 눈에 보이는 것입니다. 내가 무엇을 위해 살고, 내가 무엇 때문에 죽는가? 누가 이를 설명할 수 있나요? 누가 건강한 육신을 지니고 있을 때 이것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살아도 주를 위하여 살고 죽어도 주를 위하여 죽나니, 그러므로 사나 죽으나 우리가 주의 것이로다. 내게 사는 것이 그리스도니 죽는 것도 유익함이라.”
주님,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당신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옵소서. 아멘“
11. 이새별 자매의 일기에서 주님은 저에게도 귀한 눈을 열어 주셨습니다.
사는 것만 주를 위하여 사는 것이 아니라 죽는 것도 주님을 위하여 죽는다는 한 가지만 분명하다면 죽음도 결코 저를 무너뜨릴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12. 이홍규씨는 지금 신학교에 입학하여 하나님의 일을 위하여 남은 생애를 헌신하였다고 합니다.
주님 앞에 설 때에 그분이 기쁘게 들어주실 인생을 살기 위해, “주님, 새별아” 부를 기력만 남기고 삶의 모든 것을 소진하는 것이 가장 큰 기도라고 하였습니다.
“내게 은과 금 없어도 받은 은혜 함께 나누며 섬길 수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가기를, 고난 풍파의 인생살이 속에서 상실로 인해 아파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하나님께서만이 베푸실 수 있는 위안을 전하는 자 되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간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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