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간 나는 퇴근후에 막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막노동이라고 해봤자 거창한 것은 아니고 우리 진도가 잔디 밭에 내놓은 길을 자그마한 보도블럭으� 포장하는 단순한 작업입니다.
진도가 우리집에 조그마한 강아지로 온 것이 일년밖에 안되었는데 이제는 덩치가 커져서 뒷마당을 여기저기 누비고 다니며 그 강한 발과 발톱으로 잔디밭에 길을 내놓은 것입니다. 이 진흙 길이 비가 오면 물러지고 진도는 그 위를 또 누비고 다니며 온통 흙투성이의 발로 철부지 어린아이처럼 여기저기에 흔적을 남기게 되어 이제는 어떤 조치를 취해야겠다 생각하다 그 진흙길을 보도블럭으로 포장하기로 한 것입니다.
결심은 한참 전에 했지만 그동안 차일피일 미루다 얼마전에 트럭도 빌리고 우리교회의 형제들의 도움도 받아 마당 한구석에 벽돌을 사서 쌓아 놓고 지난 주부터 매일 조금씩 포장을 해가고 있습니다. 저도 이번에 알게 된 것이지만 잔디밭 사이로 벽돌을 까는 단순한 작업도 몇 가지 공정을 거쳐야 합니다. 우선 새로 낼 길을 정확히 정하고 그 길의 폭만큼 땅을 절개하고 파내어 벽돌이 놓일 공간을 확보해야 합니다. 벽돌이 놓일 자리가 확보되면 그 위에 모래를 적당히 깔고 다시 그 위에 벽돌을 보기좋게 엇갈려 올려놓은 후 벽돌의 틈이나 길 좌우의 공간을 모래와 흙으로 메꾸면 일련의 작업이 끝나게 됩니다. 좋은 도구가 있어서 이 일을 하루에 마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저는 시간과 도구가 부족하다보니 매일 조금씩 한 일미터 남짓한 길이를 포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이 작업중 가장 힘든것이 벽돌과 모래를 놓을 땅을 파는 작업입니다. 땅만 정확한 깊이와 너비로 파게되면 그 위에 모래를 붓고 벽돌을 까는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땅을 파는 것은 어찌나 힘이 드는지 매일 곡괭이질과 삽질을 하다보면 진도가 내놓은 좁은 오솔길이 얼마나 넓고 길게 느껴지지 모릅니다. 힘껏 곡괭이로 땅을 파헤치고 흙이 부드러워지면 삽으로 퍼내 수레에 옮기고 또 땅을 파헤치고 흙을 퍼내고 ... 요즘 개그 콘서트의 달인에서 나오는 대사를 인용하자면 "진흙땅 파보셨어요? 안파보셨으면 말을 하지마세요~"라고 자조적인 농담이라도 하고 싶은 기분입니다. 또 땅을 파다보면 위로는 드러나지 않았던 자갈과 잔디와 나무의 뿌리들이 얽여있는 것이 얼마나 작업을 힘들게 하는지 모릅니다. 철없는 진도는 땅을 파다 뿌리가 나오면 흥분해서 덩달아 땅을 파대고 냄새를 맡으며 이리저리 날뛰고... 참 볼만한 광경입니다. 이렇게 몇 십 분 작업을 해도 단단하게 다져져 있던 진흙 땅은 얼마 파헤쳐 지지도 않았는데 배출되는 흙은 그 몇배는 되는 것 같습니다. 그 많은 양의 흙이 그 작은 공간에 어떻게 뭉쳐져 있었는지 신기할 정도 입니다. 그렇게 땅을 파헤치고 나면 다른 도구로 땅을 반듯하게 다지고 모래를 붓고 벽돌을 올리고 이제 조금 더 길이 완성되게 됩니다.
그래도 이렇게 매일 묵묵히 해나가다 보니 이제는 제법 길의 형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식구들도 처음의 "애걔'하는 반응에서 이제는 "제법~"이라는 반응으로 바뀌었습니다. 역시 작은 반복이 변화를 만들어 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땅을 파헤치며 길을 내다가 문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내 마음 속에는 얼마나 많은 것들이 묻혀 있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하나님을 향한 작은 오솔길이라도 내기 위해서는 마음의 땅 속에 묻혀있는 얼마나 많은 자갈과 크고 작은 질긴 뿌리들을 뽑아내야 할까 그동안 하나님의 은혜로 드러나지 않고 있었을 뿐, 아직도 속에 많은 것들이 숨어있는 것을 느끼고 있는데 그것들을 드러내고 뽑아버려야 새롭고 깨끗한 길을 낼 수 있겠구나 하는 자그마한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제 며칠 뒤면 우리집 뒷뜰에서 구역모임을 할 예정입니다. 그 전에 길이 완성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때에 제 마음도 조금 더 정결해져 있고 하나님을 향한 작고 깨끗한 오솔길도 나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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